전세 시장의 위기 신호: 규제와 공급 부족의 그림자
서울 주택 임대차 시장이 갈수록 ‘살얼음판’이다.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초강력 대출 규제로 갭투자와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우려됐던 전세시장 위축이 현실화하고 있다. 전세 물건은 빠르게 줄고 ‘전세의 월세화’ 흐름은 더욱 거세졌다. 공급 부족 속에 임대차 규제를 강화해도 전·월세 가격을 억제하긴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임차인들은 이제 ‘전세냐, 월세냐’가 아닌 ‘반전세냐, 월세냐’를 두고 주거비 부담의 무게를 저울질하고 있다.
매물 품귀 현상과 집주인의 '웃돈' 요구
“헬리오시티 19평형(전용 31㎡) 전세 물건은 단 두 건뿐이다. 온라인에 떠도는 대부분은 ‘미끼 물건’이고, 7억원 이하 물건은 빠르게 자취를 감출 가능성이 크다. 그나마 남은 9억원짜리는 12월 입주 예정 물건이다. 전세 씨가 마르자 집주인은 미리 웃돈을 붙이고 있다. 이대로라면 여름이 끝나기 전에 전·월세 시장은 ‘지옥문’이 열릴지도 모른다.”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인근 K공인중개업소 대표)
주요 지역의 전셋값 상승 현실
15일 서울 강동·송파·서초구 등 서울 주요 지역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은 “규제 여파로 거래는 주춤하지만, 전세 물건은 귀하고 가격도 꺾이지 않는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K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잠실 지역은 학군 등으로 규제 전에도 수요가 많았지만, 매매가 어려워지면서 전세 수요가 더 늘고 있다”며 “하루에도 신혼부부가 10쌍은 찾아오는데, 전세 물건이 부족한 것을 집주인도 알기에 가격이 올라가지 않겠냐”고 말했다. 실제로 부동산정보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15일 기준 송파구 전세 물건은 1245건으로, 6개월 전 2643건 대비 52.9% 급감했다. 인근 강동구 전세 물건도 연초 3680건에서 현재 903건으로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초구 전셋값도 꿈틀… 신축 단지 영향
6월 말 입주를 시작한 신축 단지 메이플자이(3307가구) 영향으로 그동안 전세 물건이 상대적으로 많았던 서울 서초구에서도 전셋값이 다시 꿈틀대고 있다. 서초구 래미안퍼스티지 인근 R공인중개업소 대표는 “규제로 고액 전세가 조정될 거란 예상도 있었지만, 이미 오른 가격에 집주인들이 선뜻 값을 내리려 하지 않는다”며 “메이플자이도 초기 급매물은 대부분 소진됐고, 집주인들이 세입자를 늦게 구하더라도 제대로 받으려는 분위기여서 전셋값이 다시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가을 이사철 앞둔 '전세 대란' 우려
전세시장이 심상치 않다. 지난달 정부의 ‘6·27 가계부채 관리 방안’ 이후 갭투자 차단과 다주택자 대출 봉쇄로 전세 물건이 빠르게 줄며, 월세 전환도 속도를 내고 있다.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전세 대란’ 우려도 커지는 분위기다.
공급 부족 심화와 하반기 시장 전망
하반기 시장을 짓누르는 것은 ‘공급 부족’에 대한 불안이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하반기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1만4043가구로, 상반기보다 20.4%, 지난해 하반기보다 29.1% 줄어들 전망이다. 입주 감소는 전세 물건 부족과 전셋값 상승, 월세 전환을 동시에 부추기고 있다. 여기에 가을철 이사 수요까지 겹치면 시장 불안은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은 “정부가 매수 억제에 무게를 두면 전·월세 시장은 더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세 시장의 또 다른 부담: 규제와 세금
임대차 관련 규제도 전세시장에 부담을 더하고 있다. 지난 5월 말로 유예기간이 끝난 전월세신고제는 보증금 6000만원 또는 월세 30만원을 넘으면 30일 내 신고해야 하고, 내년부터는 고가 주택(기준시가 12억원 초과) 2채 보유자도 전세보증금 간주임대료 과세 대상에 포함된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실제 소득이 없는 전세에까지 세금을 부과하면 집주인이 전세 공급을 꺼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셋값 상승 전망, 하락보다 4배 많아
부동산R114가 실시한 ‘2025년 하반기 주택시장 전망’ 설문조사 결과도 이 같은 분위기를 보여준다. 전셋값이 상승할 것이라는 응답은 47.66%로, 하락을 예상한 10.82%보다 4.4배나 많았다. 월세 전망도 비슷하다. 상승을 점친 비율은 50.36%에 달한 반면, 하락 응답은 6.14%에 그쳤다.
전문가의 경고: 장기적인 시장 불안 가능성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전문가는 임대차 시장 불안이 장기화할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전세대출 규제가 강화되면 전세 수요가 줄어 가격이 내려갈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반전세로 옮겨가면서 전세와 월세 모두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공급이 넉넉할 때는 규제가 시장 안정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지금처럼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수요가 다소 줄더라도 가격이 쉽게 잡히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월세 가격 급등과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
‘전세의 월세화’로 월세 가격도 치솟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6월 서울 아파트 월세지수는 126.6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수도권 월세지수도 127.3으로 집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체 임대차 물건 중 월세 거래 비중도 꾸준히 늘면서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대출 규제의 '진짜 후폭풍'과 실수요자의 대응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이번 대출 규제의 ‘진짜 후폭풍’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하반기부터 금융권 가계대출(정책대출 제외) 총량목표를 당초 계획 대비 50% 수준으로 감축하는 방안에 주목했다. 박 교수는 “가계대출 총량을 절반으로 줄이면 4분기 전에 대출이 모두 소진될 수 있고, 아무리 조건을 충족해도 대출을 못 받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며 “현금 부자가 아닌 이상 주택 매매는 물론 전세시장에서도 밀려날 수 있기 때문에 실수요자라면 자금 여력을 점검하고 계약갱신이나 매수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핵심만 콕!
서울 전세 시장은 규제, 공급 부족, 금리 인상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인해 불안정한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전세 매물 감소, 가격 상승, 월세 전환 가속화는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이러한 불안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실수요자들은 자금 여력을 꼼꼼히 점검하고, 신중한 의사 결정을 내려야 할 시점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전세 시장이 왜 이렇게 불안정해졌나요?
A.정부의 규제 강화, 공급 부족, 금리 인상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Q.앞으로 전셋값은 어떻게 될까요?
A.전문가들은 전셋값 상승을 예상하는 비율이 높지만, 고가 주택이나 비아파트의 경우 역전세나 전세 한파가 우려될 수 있습니다.
Q.실수요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A.자금 여력을 꼼꼼히 점검하고, 계약 갱신이나 매수를 서두르는 등 신중한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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